대전 순례 5일차다.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 (호반낭만길)을 왕복한다. 인터넷 홈페이지 기준, 편도 12.5km 소요시간은 약 6시간이다. 출발지점이 "대전 동구 마산동 483번지"라고 되어 있었다. "할먼네집" 이라는 식당이 보이는 길가의 주차장이었다. 하지만 출발지점이 아니다. 3구간을 완주한 나는 알고 있다. 3구간의 도착지점이자, 4구간의 출발지점은 "대전 동구 냉천로 57 (마산동 269-2번지)"의 맞은편 주차장이다. 그 주차장의 아래 왼쪽 사진이고, 4구간 출발지점은 아래 오른쪽 사진이다. 주차하고 출발하면 된다.
시작부터 대청호뷰다. 탁트인 뷰가 좋았다. 다른 구간과는 차이점이 있었다.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뷰가 좋아서인지, 관광명소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좀 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의 박장대소가 이따금씩 들릴 정도이다. 나무 데크길도 깔끔하게 잘 설치되어 있었다. 특히 슬픈연가 등 영화 촬영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걸으면 걸을수록 이제까지 걸었던 구간 중에 최고였다. N극, S극의 자석마냥 몸이 끌려들어간다. 거기다가 햇살도 좋고, 눈부심도 좋다. 사진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장소였다. 그리고 지나는 길에 "거위" 무리가 있었고, 새를 위해 만들어 둔 나무 새집이 보였다. '새집이 맞나?' ㅋ
뷰가 좋은 평지의 깔끔한 데크길을 걷다보면 눈과 발이 호광을 한다. 그렇게 출발한지 1시간 반쯤이 지나면 갑자기 산 오르막 입구가 등장한다. '그래, 맞다. 산이 등장하지 않으면 대청호 오백리길이 아니지.' 그리고 눈에 띄는 현수막도 보인다. 대청호 오백리길 이동경로를 표시하는 "안내꼬리표"를 훔쳐가는 사람이 있는가보다. 그 현수막 내용은 "임의제거금지" 이다.
산행은 여전히 어색하고 무섭다. 산속에서 걸으면 이상하게 겁이 난다. 나비 1마리에도 깜짝 깜짝 놀란다. 그런데 산속에서 나는 소리 대부분이 나의 인기척으로 인해 새들이 움직이는 소리라는 것을 끝내 알게 된다. 난 그것도 모르고 멧돼지, 뱀, 고라니 등을 상상했고, 파리가 와서 "엥~엥~"하면 큰 말벌을 상상했는데... 내 상상력이 나를 두렵게 한 것이었다. 좁고 어두운 산속 길에서 불안하다가도 옆에 보이는 대청호를 보면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신발과 복숭아뼈 사이로 이물질이 자꾸 들어온다. 그 이물질로 인해서 따갑고 신경이 쓰인다. 가시가 들어가서 내 발을 찌르는 느낌이다. 산길 또는 야자수매트 위를 걸으면 특히 심하다. '발목이 높은 등산화를 사야하나?' 네이버와 구글을 검색해본다. 역시 나와 같은 사람은 많았다. "스패츠"라는 것이 이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얼른 검색해보고, 구매한다. 이놈의 장비병 ㅋㅋㅋ
출발한지 2시간반쯤에 반가운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섹스폰 소리 같다. 황새바위 전망대에서 아저씨 1명과 아줌마 2명이 섹스폰을 불고 있다. 뷰 좋은 곳에서 섹스폰이라니... 멋있었다. 헉! 역시나 4구간에서도 어김없이 오르막이 나온다. '되돌아갈 때는 내리막이니까' 하며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험준한 산길이 계속될때면, '언제 끝나나?' 하고 자문하는 순간! 탁트인 깔끔한 "데크길"이 나를 맞이한다. 이번 4구간을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그러다가 엑스포 꿈돌이이와 멋진 뷰가 있는 쉼터를 만나고, 그곳에서 잠시 쉬어본다. 물을 마시고, 발, 양말과 신발을 정비해본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그러고 30분이 지났을 때, 드디어 약 4시간만에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을 완주한다! 도착지점은 "오리골" 이라는 마을이다. 5구간의 출발지점을 확인한 뒤, 맛있게 김밥 1줄을 먹는다.
되돌아갈 때는 덜 무섭고 다리가 가볍다. 나에게는 아는 길과 모르는 길을 걷는 차이는 크다. 그래서 걷는 속도가 더 붙는다. 그래서 허벅지와 종아리에 자극이 온다. 슬슬 힘이 든다는 시그널이다. 그러다가 향긋한 꽃향기가 난다. 그 꽃향기가 지속되었으면 하지만, 꿀벌과 꽃가루가 나를 덮친다. 벌도 꽃향기가 좋은 것은 같은가보다. 그러다가 유쾌하지 않은 냄새가 난다. 그런데 유쾌하지 않은 냄새도 장점은 있다. 그 구간에서는 파리를 제외하고 위험한 벌레는 보통 없다. 인생에서 반영해야 할 깨달음이다.
드디어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 왕복 완주! 7시간이 걸렸다. 편도로 가는 길은 4시간이 걸렸는데, 오는 길은 3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는 길에는 확실히 걷는 속도가 더 빠른가보다. 26.8km, 35,300보를 걸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인지 조금씩 익숙해진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틀 정도 비소식이 있다. 흠... 어째든 다음을 준비해본다. Keep going! Keep it up!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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