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순례 4일차다. 대청호 오백리길 3구간 (호반열녀길)을 왕복할 예정이다. 인터넷 홈페이지 기준, 편도 7km 이고, 예상소요시간은 약 4시간이라고 되어 있다. 출발지점은 "대전 동구 직동 산39-3번지"이고, 작은 버스정류장이 있다. 그 옆에 주차할 공간인 있다. 작은 버스정류장 맞은편에는 3구간 안내판이 친절하게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2구간 도착지점과 3구간 시작시점을 구분하는 이정표가 있고, 3구간은 초록색띠와 노랑색띠로 이동경로를 표시를 하겠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대청호 오백리길 3구간 안내판을 꼼꼼히 읽어본다. 큰 이슈는 없어보인다. 살살 출발해본다. 출발한지 10분만에 목줄이 풀려있고, 주인이 없는 강아지 2마리가 나를 향해 힘차게 짓는다. 겁은 났지만, 크게 놀라진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 대응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두 손바닥을 보이며, 아이컨택을 한다. (난 너를 공격할 생각이 없어.) 라는 표시이다. 그리고 보행하며 자주 앞과 뒤를 번갈아본다. 내가 뒤돌아볼 때마다 개는 멈짓한다. 그리고 앞을 보면 나를 따라오며 짓는다. 그리고 또 뒤돌아본다. 그러면 개는 또 멈짓한다. 그렇게 거리를 늘려가며 걸어준다. 이제 멀리서 사진을 찍는 여유도 생긴다. ^^; 하나하나 익숙해진다.
출발한지 30분이 될 무렵, 아스팔트 바닥에서 1구간과 2구간 처럼 뱀을 만난다. 다행이도, 이번에는 죽은 뱀이다. 차에 밟혀 압사당한 뱀이었다. 그래도 보자마자 덜컥 놀랐고, 뱀인지 큰 지렁이인지 한참을 지켜봤다. 바닥을 보며 걸으면서 조금 긴 나뭇가지는 뱀이 아닌가 하고 다시금 보게 된다. '나는 참 겁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고 알게 된다. ㅋ


계속 직직하며 걷다가 좌회전 길이 나타났다! "직동 사진찍기 좋은 명소"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뷰 좋은 산 정상을 예상해볼 수 있었고, 산길은 가파르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은 아스팔트로 되어 있어서 걷기에도 좋았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닥과 길은 더 깔끔하다. 도착하자 마자 사람 목소리가 나서 화들짝 놀랐다! 알고보니 센서가 장치된 스피커에서 안내가 나온다. 스피커 위쪽은 태양광 패널이 있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인가보다 한다. 그러면서 눈을 돌리니, 사진으로는 담을수 없는 탁트인 장관이 펼쳐진다! 우와~ 대박~!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무엇을 만날까?' 라는 기대심으로 정상에서 내려와 다시 걷는다. 1~2구간보다는 평화로워서 그런지 대청호가 눈에 잘 들어왔다. 노부부가 경운기를 타고 지나간다. 나를 신기한 듯 한참을 응시한다. 오늘 나의 상의 바람막이는 흰색이라 눈에 띄긴 했다. 그러다가 10분쯤 지났을 때, 논에 앉아있던 색이 다른 꿩 2마리 (수컷, 암컷이었던 것으로 추정됨)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날아간다. 또 내 심장은 빨리 뛰며 놀랐다. '이 놈의 심장은 자주도 놀란다!' 그래도 가보지 않은 초행길을 걷는 내가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오르막길에는 좀더 힘들다. 목이 탄다. 겸손해지고 조심스러워진다. 반대로 내리막길은 몸이 가뿐하다. 자만이 생기고 속력을 더 내려고 한다. 인생살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와중에 시골길 양지바른 곳에는 어김없이 묘지가 참 많다. 벌초가 이쁘게 된 곳도 있지만, 관리의 흔적이 없는 허름한 묘도 있다. 그러다가 나는 사후에 화장을 할까? 또는 신체 기증을 할까? 라는 고민도 해본다. 걸으면 별애별 생각이 다 드는 것이 명상과 비슷한 생각이 든다. 절에서 명상의 경험이 있었는데, 완전히 망상의 연속되는 시간이었던 것 처럼...
또 걷는다. 어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대전 최초의 사회복지시설 미륵원지를 지나친다. 별 감흥이 없이 가던길을 간다. 3구간 도착지점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쉬면서 양말, 발, 신발을 정비한다. 어떤 아저씨가 길을 물어온다. "어디가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 출발지점일까요?" 그리고는 나는 대답했다. "저도 초행길이라 확실하지는 않은데요. 오른쪽에 보이는 나무데크 산책로인 것 같아요." 그 아저씨는 말했다.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는데? 하여튼 감사합니다. 여보야~ 여기 맞는 것 같아~" 하고는 중년부부는 걷기 시작한다. 이 대화에서는 나는 그 중년부부가 함께 걷는 것이 부러웠고, 다음 4구간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되돌아가는 발걸음은 항상 가볍고 편안한 마음이다. 와봤던 길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음악도 듣는다. 낯선 신곡들을 들어본다. 오늘은 4시간동안 16km 정도를 걸었다. 약 23,000보 걸었다. 금일은 상대적으로 짧고 무난한 구간이었다. 오늘 시행착오를 굳이 상기시켜보자면, 출발할 때 "런데이 앱"을 실행하는 것을 깜박한 것이다. 다음부터는 출발 시에 잘 챙겨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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