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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순례⌟

비오는날의 대전 "순례" : 금강변 산책길

 

 

 

아침에 눈을 뜨니 어김없이 장대같은 비가 왔다. 미국 종단 PCT (Pacific Crest Trail)를 가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든, 제주도 올레길을 가든 비는 온다. 비가 와도 걷는다. 걸어야 한다. 물론 거센 소낙비를 피해 잠시 쉬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마냥 쉴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비가와도 걸어야 할 타이밍이 찾아온다. 그래서 오늘 비가 와도 걸으려고 한다. 모두 PCT (Pacific Crest Trail) 4,300km 완주 대비의 일환이다.

 

일단 어제 계획대로 준비, 대비의 일환이니 빡세게는 하지 말자. 즉 2구간을 걸을 차례이지만, 초행길이고 산길을 비오는 날 시도한다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그러므로 지난번에 이미 걸어서 익숙한 "사전 테스트 경로 (금강 - 대청호 - 갑천)"를 걷기로 한다. 그리고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며 최대한 방수한 상태에서 걸어본다. 6시간, 20km 를 목표로 쉬엄쉬엄 걸어보려고 한다.

 

방수상의/하의, 신발방수커버, 방수모자, 백팩방수커버, 우산, 수건 등을 준비했다. 긴팔티셔츠, 바람막이, 방수상의를 겹으로 걸치고, 하나하나 꼼꼼히 착용하고 준비했다. 비오는 그날은 유난히 추웠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준비와 계획은 완벽하다. 목표 완주를 위해 걷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비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예전 논산 신병교육대에서 주말 종교활동을 갈 때, 판초우의를 입고 걸었던 기억이 났다.

 

 

 

출발 후 걸은지 30분이 지났다. 방수가 안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깨와 팔쪽에 젖은 느낌이 왔다. 그 이유는 백팩커버가 백팩의 바깥쪽은 방수를 하지만 백팩의 어깨끈은 방수가 되지 않아 그대로 젖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발 젖는 느낌이 살짝 왔다. 왜냐하면 걸으면서 신발방수커버가 앞쪽으로 자꾸 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방수모자는 비를 지속해서 맞으니, 방수모자 전체가 온전히 젖어 나의 머리카락에 비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걸었을 때, 팬티와 바지를 제외하고 모두 젖어 있었다. 그리고 체온이 점점 내려감을 인지했고, 춥기 시작했다. 잠시 쉬면서 초코바를 먹었다. 살짝 리프레쉬가 되었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체온이 떨어졌다. '이렇게 6시간 동안 20km를 걸을 수 있을까?' 계속 자문하면서 걸었다.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다. 무리하지 말자.' 라고 결심하고는 우산을 폈고, 발길을 출발지로 돌렸다.

 

아! 우산이 정답이었다! 우산을 쓰니 더 이상 기침이 안났고, 젖은 옷들이 마르기 시작했다. 오른팔, 왼팔이 절여오면 좌, 우로 번갈아가며 위치를 바꾸어주었다. 출발점으로 도착했을 때는 젖은 옷은 거의 말라있었고, 컨디션이 회복되어 더 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어째든, 그 어떤 순례길을 가든 튼튼하고 부피가 작은 우산을 꼭 챙겨가서 사용하면 되겠구나! 라고 깨달음이 왔다. 만약에 출발할 때부터 우산을 썼더라면, 오늘 목표로 하는 6km, 20km를 달성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생겼다.

 

 

 

 

일단 젖은 옷과 양말을 벗고, 준비해온 여분의 것으로 환복을 했다. 상쾌하고 가뿐했다. 도저히 아쉬움이 생겨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으로 향했다. 이 아울렛은 3층 건물인데, 1층 첫번째 브랜드샵부터 3층 마지막 브랜드샵까지 모두 찍고 집에 복귀한다는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확실히 실내에서 바람의 저항없이 걸으니, 힘든 줄 모르고 걸었다. 쉬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1시간반 정도에 아울렛의 모든 샵을 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금일 목표 6시간, 20km 대비 3시간반, 10km 를 걸었으니, 달성율 50% 정도라 볼 수 있겠다. 참고로, 오늘 입은 방수하의와 팬티는 1도 젖지 않았다. 방수하의는 골프브랜드의 좋은 것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성능이 좋은 우산과 방수옷을 구비하여 다음을 준비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일은 드디어 대청호 오백리길 2구간을 완주할 차례이다. 현재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방수 트레킹화, 모기/벌레방지 스티커 등 준비를 완료했다. 눈을 감고 마음의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까?' 물론 1구간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변수와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다 극복하고 해결해나갈 것이기에 걱정은 없다. 기대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