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테스트와 준비를 마쳤다. 본격적인 순례 1일차이다. 대청호 오백리길 1구간 (두메마을길)을 왕복할 예정이다. 인터넷 홈페이지 기준, 편도 11.5km 이고 소요시간은 약 6시간으로 나와있었다. 지난 테스트 1일차와 같이 참치김밥 한줄과 스니커스 초코바 1개를 준비했다. 그런데 0.5L 물한통 사는 것을 깜박했다. 집에서 0.5L 물을 준비해왔지만, 7시간 걸으면서 최소한 1L이 물이 필요하다고 지난번 사전 테스트에 판단했었다. 출발지에 가면 편의점 하나는 있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출발지로 향했다.
출발지 대청댐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오전 8시가 넘었음에도 CU편의점은 문이 열려있지 않았다. 그 근처의 모든 편의점이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별수 없이 한참을 되돌아가서 편의점에서 물을 샀다. '아침에 편의점에서 초코바를 살 때, 물을 샀었더라면...' 이라고 후회를 했다. 지난번 사전 테스트 걷기 때 쉼터 (화장실)이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나오지 않듯, 편의점 또한 내가 원할 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지난 테스트 1일차때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통풍 잘되는 신발을 신고, 썬글라스를 챙겼다. 그리고 통풍 잘되고 가벼운 모자, 자외선방지 마스크도 준비했다. 드디어 대청호 오백리길 1구간 출발장소에 도착을 했다. 역시 내 예상과는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완전 등산, 등반, 산행의 느낌이었다. 나는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평지의 깔끔한 산책로를 예상했었다. '우와~ 이거 쉽지 않겠는데...'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출발하고 30분 동안은 상쾌한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좋았다. 그런데 출발하고 1시간 정도는 역시나 오르막, 내리막의 산행길이었다. 다행히 파랑색과 노랑색의 띠로 구간경로가 표시되어 있어 핸드폰 지도앱을 볼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사전 테스트 때와는 달리, 평지가 아닌 오르막, 내리막의 산길이어서 허벅지와 종아리에 자극이 갔다. 그리고 거미줄이 얼굴에 자꾸 붙어서 떼어내면서 걸었다. 군대 야간경계근무 설 때, 거미줄이 많은 초소에서 불쾌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벌과 날파리가 자꾸 다가와서 "엥~엥~" 거렸다. 큰 사이즈의 벌을 보니, 쏘일까봐서 두려움이 몰려왔다.
점심시간 때, 10L 짜리 작은 가방에서 김밥을 꺼내는 순간 왜 벌과 파리가 나에게 자꾸 붙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참치김밥 포장종이가 마요네즈로 인해 젖어 있었고, 그 김밥을 싸고 있는 검정봉지가 있었음에도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먹다 남은 초코바에서도 달달한 냄새가 났었다. 벌과 파리가 나를 지나칠 수 없게 한 원인은 바로 나였다! 김밥과 초코바를 다 먹은 후부터는 벌과 파리가 나에게 거의 붙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번 구매해둔, 모기/벌레 퇴치 스티커를 다음부터는 챙기도록 하자.
그리고 출발 초반에 답답해서 자외선차단 마스크를 벗었다. 그런데 다시 착용했다. 왜냐하면 그 마스크는 답답했지만, 거미줄이 얼굴에 붙었을 때 불쾌감을 최소화했고, 그 거미줄을 떼어낼 때 손쉬웠기 때문이다. 불편함과 불쾌감을 하나하나 줄여가며 나는 계속 걸었다. 아...이번에는 운동화가 말썽이다. 발목부분으로 발과 신발사이로 이물질이 자꾸 들어와서 따끔따끔 자극을 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 또는 트래킹화를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맞다! 장비병이다!ㅋ

그러던 중에 아주 반가운 장치물을 발견했다. 해충기피 분사기! 얼굴을 제외하고는 온몸에 꼼꼼히 뿌렸다. 벌, 모기, 해충이 정말 무서웠다. 그렇게 산길을 1시간 정도 더 걸었다. 산길이 끝나고 아스팔트길이 등장했다. 그런데 갑자기 뱀과 조우하였다! 진짜 뱀이다! 혀를 낼름낼름 대고 있는 작은 사이즈의 뱀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뱀이 등장할 때면 배경음악으로 "치~~~치~~~치~~~"라는 사운드가 나오는데, 그것은 가짜가 아니었다. 진짜 소리가 들렸다. 평생 실제로 뱀을 본 것은 손에 꼽을만큼인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 순간 물릴까봐서 엄청 두려웠고, 놀랐었다. 뱀도 많이 놀랐는지, 길 옆 숲으로 가기에 바빴다. 1~2분 동안은 심장이 아주 빨리 뛰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걷는데 다리가 무엇인가 붙었을 때 순간 뱀인줄 알고 또 한번 놀랐다. 그것은 뱀이 아니고 나뭇가지였다. 오늘도 고요한 산길을 걷다가 고라니를 봤다. 나의 인기척에 놀라서 초스피드로 사라진다. 사실은 내가 더 놀랐지만... 편도 1구간이 끝날 때쯤 어느 언덕집에서 목줄없는 개가 다가와서 짓기 시작했다. 개 주인도 보이지 않았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개는 나와 거리를 좁히며 계속해서 짓었다. 나는 더욱 긴장했다. 그 개를 진정시켜며 뒤돌아 걷다가 그만 물진흙탕에 발이 빠졌다. 아이~ >< 내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그 개는 계속 짓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벤치에 앉아서 물티슈로 신발을 한참 닦았다. 개한테 물릴까봐서 그랬을까? 사실 엄청 무서웠다.
뱀, 고라니, 개를 만나고 3단 콤보로 놀라고, 마음을 안정시키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핸드폰에 잘 작동시키던 "런데이" 앱을 종료시켜버렸다. 이런 줸장! 데이터 축적 및 금일 순로를 확인해야하는데! 종료시킨 줄도 모르고 한참을 걷다가 다시 작동을 시켰다. 그리고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오래 걸으니, 발은 당연히 붓고, 심지어 손도 부었다. 주먹이 잘 안쥐어질 정도였다. 손과 발이 함께 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러 번 크게 놀라고, 길을 헤매는 등 변수가 등장했지만 1구간 왕복을 무사히 마쳤다. 7시간 동안 25km 정도 걸었고, 약 38,000보 정도 걸었다. '다음 구간부터 이렇게 계속 산길이면 어쩌지?', '또 뱀, 벌, 개를 만나면 어떻하지?', '내일은 비가 하루종일 온다는 어떻하지?' 이런 저런 걱정이 들면서 오늘을 정리한다. 오늘 여러 시행착오를 했으니, 그저 내일을 준비하고 대비하면 된다!
앞으로 추후 음악듣기, 핸드폰 통화, 먼산보기를 최소화한다. 눈 똑바로 뜨고! 전방 바닥에 뱀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확인한다! 김밥과 초코바 냄새가 나지 않도록 비닐봉지로 여러겹싸고, 모기/벌레 퇴치스티커를 온몸에 붙여본다! 그리고 개한테 물려도 죽지 않는다. 쫄지 마라! 그런데 목줄이 없고 주인이 안보이는 상황의 개는 무섭긴 하다. ^^; 마지막으로 내일 비는 어떻게 준비를 하지? 흠...
2구간 초행길 산길을 비를 맞으며 걷는다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사전 테스트 걷기를 했던 금강변, 갑천변의 익숙한 평지 산책로 구간에서 걷기를 하기로 한다. 나에게는 이미 방수모자, 방수상의/하의, 백팩방수커버, 신발방수커버가 있다. 이것들의 성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비가 와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니, 여벌의 옷, 양말과 수건을 더 챙기도록 한다. 내일도 기대된다! 벌써 심장이 빨리 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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