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성비 순례 1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순례" 준비에 따라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순례"를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래! 걸어보자! 최종 목표인 미국 종단 PCT (Pacific Crest Trail),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를 위해!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려니 걱정이 앞섰다. 저질 체력의 40대 중반의 내 몸땡이로 하루에 20~30km를 걸을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부터 들었다. 20대 초반 군에 입대하여 논산 신병교육대와 자대에서 총 3번의 행군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이 내 인생의 최장거리 걷기행위였다. 현재의 내 몸상태가 궁금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명상을 12분 정도 하고 샤워를 했다. 가볍게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초코바를 하나 샀다. 그리고 김밥집에서 참치김밥 한줄을 샀다. 순례 테스트 출발지인 "핑크뮬리 하천생태공원"에 도착했다. 경량가방(10L)에 휴지, 물티슈, 물(0.5L), 김밥, 초코바를 넣었다. 거의 가득찼다. 가방이 작았다. 준비했던 경량잠바, 비니, 장갑, 우산을 포기했다. "순례"가 미니멀리스트적 사고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껏 텐션이 높은 상황에서 아침 8시에 걷기를 시작했다. 금일 순례 테스트 1일차 목표는 "7시간 걷기"였다. 7시간을 걸으면 내가 몇 km를 걷는지 알고 싶었다. 대충 쉬다 걷다 하면 약 25km 정도 걷지 않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했다. 런데이(RunDay) 앱을 실행하여 "하이킹" 7시간을 설정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포티파이 실행하여 데일리 믹스를 실행했다. 도착지는 "문의문화재단지"였다. 그곳을 찍고 왕복하여 27km를 걷는 것이 금일 최종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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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걸었을 때, "대전 둘레산길 6구간"이라는 표지판이 등장했다. '아~ 여기가 대전 둘레산길 6구간이구나...' "대전 둘레산길"은 내가 완주하고자 하는 2번째 목표 순례길이다. 반가운 표지판이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걸으니, "대청호 오백리길"이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당장 이번에 첫번째 목표로 하는 순례길이다. 금강변 산책로가 대청호 오백리길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출발한지 1시간 30분이 지났는데, 커피집 파스쿠찌가 보였다. 커피가 땡겼지만, 참았다. 걸은지 2시간이 지났는데, 인도가 끊기고, "구룡산" 입구라는 표지판을 확인한다. 고도 370m의 작은 산이다. 어쩌지? 산을 타야하는가? 운동화를 신었는데 괜찮을까? 일단 올라갈 수 있는데까지 올라가보자! 라고 마음을 먹고 올라가본다. 상당히 심한 경사의 오르막이었다. 아무도 없는 산을 오르니 무서웠다. 이어폰을 벗었다. 음악을 듣지 않고 등산에 집중해본다.
계속 오르막이고 길이 좋지 않다. 지난 가을 낙엽이 잔뜩 쌓여있고, 발이 푹푹 빠졌다. 그리고 힘들었다. 오르막이 지속되니, 허벅지와 종아리에 자극이 왔다. 첫날 테스트하는 날에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고도 190m에서 등산을 포기한다. 되돌아가면서 평지에서 좀 더 걷는 것으로 가고 경로를 바꾸게 된다. 걷다가 3시간 반이 지났고, 점심밥 참치김밥 한줄을 먹는다. 꿀맛이다. 밥을 먹고 발을 확인해본다. 발가락쪽이 살짝 젖어 있음을 알게 된다. 여기서 느낀 것을 일반 운동화보다 통풍이 잘 되는 기능성 신발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정오가 지나니, 갑자기 더워졌다. 눈이 많이 부셨다. 썬글라스의 필요성을 느끼는 타이밍이다. 왼쪽 새끼발가락이 아펐다. 고관절쪽이 결린다. 왼쪽 엄지발가락이 쑤셨다. 또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간이 쉼터(화장실)이 내가 원할 때마다 나와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쉼터가 보이면 쉬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좀 쉬고, 용변의 변이가 없더라도 미리 해결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을 마시고 싶든 또는 아니든, 주기적으로 물을 마셔야 하고, 발 정리/관리도 주기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1일차 순례 테스트는 대성공이다!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쉬는 시간 포함 7시간을 걸었다. 약 27km 를 걸었으며, 총 37,300보 정도를 걸었다. 3,500 칼로리를 소모했다. 왼발 엄지발가락 측면에 콩만한 물집이 생겼다. 나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충분하다.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과 비용이었다. 추후 다가올 대청호 오백리길 1구간 순례를 대비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구룡산 등산을 중도 포기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나는 평소 걱정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르막, 내리막을 선호하지 않고 평지를 좋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기를 잘하고 인정을 잘한다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이와 같이 앞으로 느낀 점, 깨달은 점, 후기가 많아질 것이다. 계속 기록하고 공유해보도록 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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