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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순례⌟

대전 "순례" 3일차 : 대청호 오백리길 2구간

5 대전 순례 3일차 대청호 오백리길 2구간

 

 

대전 순례 3일차다. 대청호 오백리길 2구간 (찬샘마을길)을 왕복할 예정이다. 인터넷 홈페이지 기준, 편도 10km 이고, 예상소요시간은 약 5시간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1구간과 마찬가지로 7시간 안에 왕복 (20km)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출발지를 찾는 것부터 순탄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도가 없는 차도를 배회하면서 출발지를 찾는 시간데만 1시간 (3.5km)이 걸렸다! 그 이유는 딱 1가지였다. "네이버지도 앱"을 과신한 결과다!

 

대청호 오백리길 인터넷 홈페이지 기준, 출발지 주소는 "대전 대덕구 이현동 187번지" 였다. 어느 "공영주차장"이다. 네이버지도 앱 기준, 출발지는 "찬샘마을"로 나와있다. 그래서 나는 "공영주차장"에서 출발지인 "찬샘마을"까지 40분 정도 (2.5km)를 걸어갔다. 알고보니 그곳은 출발지가 아니었다! 그리고는 찬샘마을에서 2구간 출발지까지 20분 (1km)를 더 찾아갔다.

 

결론적으로 출발지를 딱 정한다! 네이버지도 앱 기준, "이현동생태습지 입구"가 출발지다! "공영주차장"에서 걸어서 4분거리이고, 그냥 차로 "이현동생태습지 입구"까지 가면 주차할 곳이 마련되어 있다. 다음에 다시 2구간을 간다면, 출발지에 바로 차를 대고 출발할 것이다. 나와 같이 시행착오 하는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아래 지도 이미지를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내가 시행착오한 경로는 마지막 이미지를 참고하시면 된다.)

 

 

 

 

한시간을 헤매다가 출발을 한지 얼마 안되어는데 갑자기 길목에 트랙터와 페이로더가 있는 것이 보였다. 길이 막혀있었다. '이 길이 아닌가?' 하고는, 핸드폰 지도 앱을 한참 확인했다. 이정표 표시판과 경로표시띠도 이리저리 확인했다. 확인결과, 이 길이 맞았다! '트랙터와 페이로더가 있어서 길이 아니겠지.' 라는 나의 편향적사고와 고정관념이 스스로를 단정짓고, 의사결정을 지연시켰다. 그저 농부가 트랙터와 페이로더로 길에서 작업을 할 뿐이었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부분적으로 노면상태가 좋지 못했다. 최대한 조심조심 걸었지만 결국 신발에 물이 들어갔고, 양말은 젖었다. 여분의 양말로 갈아신었지만, 또 젖었다. 비가 오거나, 비가 온 다음날에는 여분의 양말을 2개는 준비를 하도록 하자! 물집이 우려되었고, 기분이 좋지 않아 초코바를 먹고 에너지를 충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30분 간격으로 개 2마리를 만났다. 목줄은 없었지만, 다행히 주인분들이 함께 있어 미친듯이 짓는 개를 자제시켜주셨다. 살짝 긴장을 했지만 무난히 넘어갔다. 시골에는 집집마다 개가 많다. '왜 많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처가집에도 개가 항상 한마리있다. 아! 그 개들은 보안업체 세콤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외부인을 보고 주인에게 보안경보해주는 것이었다. 나 혼자 넘겨짚어본다.

 

그러던 중 좋은 상태의 길을 만났다. 반가웠다. 아스팔트 또는 야자수매트 바닥이 이렇게 반가웠다. 걸으면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감사함을 가지게 된다. '순례길, 걷기의 묘미인가?' 자문해본다. 이제 마음의 안정이 되는지 경로표시띠도 눈에 들어온다. 2구간은 빨강색띠와 노랑색띠가 길 중간중간에 묶여있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날씨가 아주 좋다! 그리고 거미줄과 벌의 수가 적어서 좋았다. 전기줄, 전봇대 하나 없는 온전한 자연의 모습에 감탄을 하며 걷는다. 300년이 넘는 노송들을 만나기도 한다. 1,700년대에 태어난 느티나무다. 뜬금없이 "1,700년 조선"이라고 검색을 하니, "숙종의 치세로, 인현황후가 사망하고 장희빈이 사형당한 시기이다."라고 나온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나무다.

 

 

 

좋은 상태의 길이 끝나고, 경사가 급한 산의 입구가 보인다. "2구간 가는길, 대청호 오백리길" 이라고 정확히 나와있다. 에이~ ><  산 입구를 들어서자 마자 바로, 급오르막의 연속이다. 허벅지가 아프고, 숨이 찼다. 지금까지 최고난이도의 구간이다. 더욱이 젖은 신발과 젖은 양말, 젖은 모자를 착용하고 산을 오르니, 힘든 것이 가중되었다.

 

 

 

무언가에 홀린듯이 쉬지 않고 산을 탔다. 시간이 가는 줄로 모르고 내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고도 219m 성치산 정상에 도착했다. 성취감이 들었다. 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내려가려고 하는데, 큰 돌들 사이의 공간으로 작은 뱀이 들어갔다. 뱀의 뒷모습만 봤는데도 여전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놀라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건 그렇고, 이제 급내리막이다. 아... 최대한 조심히 천천히 내려가보자. 다치면 안된다!

 

그런데 빨리 복귀하고 싶은던 마음이었을까? 뭔가에 홀린 듯, 급히 내리막을 내려갔다. 속도가 붙으니 재미도 있었다. '나 의외로 산 잘타는데?!' 라고 하는 순간 콰당!! 넘어졌다. 엉덩이가 아프고, 오른손바닥이 많이 아팠다. 손바닥 껍질이 부분적으로 까지고, 가시같은 것이 박혀 피가 나기 시작했다. 금방 지혈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출혈은 계속되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계속 내려왔다. '언젠가 지혈이 되고, 피가 굳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하산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에 갈림길이 나왔고, 지도를 보기 위해 폰을 확인했다.

 

헉!! 폰이 안터진다! 5G, LTE 데이터도 안되고 수신률 막대기가 1칸이 있었다 없었다 한다.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다! 사람 한명 없는 이 깊은 산속에서 무슨일이 있을 때 119로 연결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웠다. 갑자기 지혈이 되고, 피가 굳기 시작한 오른손바닥이 더욱 아프기 시작했다. '기분탓이겠지? 그런거겠지?' 하며 침착히 산을 내려온다. 산을 내려오면서도 폰을 수시로 확인한다. 무서운가보다. 사람의 소리가 들려온다. 마을이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 산의 막바지라는 느낌이 왔다. 아~ 살았다!

 

 

 

산에서 탈출하자마자 손바닥을 수습했다. 까진 상처 및 살껍질을 다듬고, 박혀있던 가시들을 빼면서 또 출혈이 생겼다. '소독도 안한 상태에서 내가 무리하고 있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만약에 상처가 깊어지면 앞으로의 긴 여정에 방해가 될 뿐이다!" 그러고는, 지름길을 활용하여 차가 있는 곳으로 급히 이동했다. 공영주차장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상처난 손바닥 소독하고 마데카솔과 드레싱을 했다. 그리고 티스토리 블로그 글쓰기를 차분히 시작한다. 런데이 앱으로 오늘 이동경로를 확인해본다.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이 지져분하다. 오늘은 7시간, 20km 목표 대비 4시간 20분, 16km 를 걸었다. 약 21,000보 정도이다. 험한 지형의 산이었기에 난이도가 높았다. 또한, 부상이 있었다. 출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니다! 그저 에피소드일 뿐이다. 계획대로 안되던 인생의 시점들이 상기되었다. 마음먹은대로, 계획한대로 다 되는 것이 인생이 아니 듯, 오늘도 그랬다.

 

다만, 또 다음을 준비할 뿐이다. 인생처럼. 중요한 것은 오늘의 경험을 계기로 3구간부터는 더 익숙해질 것이기에 다행스럽다. 그리고 이제 "네이버지도 앱"를 사용하지 않는다. 출발지점부터 혼선을 주었기 때문이다. 다음부터는 "카카오맵 앱"을 사용한다. 대청호 오백리길만큼은 "카카오맵 앱"의 정확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여전히 기대된다. 내가 살아있고,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