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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성 후기⌟

[ 후기 ] 육아휴직 시작하고 1년째 (for 직장인 남성)

 

 

< 무엇에 대한 이야기 인가? >

오늘의 후기는 일반적인 직장인 남성이 육아휴직 시작 후 1년이 된 것에 대한 느낌을 사례적으로 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있었던 일과 심경을 초반, 중반, 후반을 나누어 자세히 적어 볼까 합니다. 혹시 육아휴직을 고려하고 있는 직장인 남성에 한하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개인차를 감안하셔야겠죠?

 

 

< 왜 이것이 필요한가? >

저는 육아휴직을 결정하기 전 육아휴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오랜 시간의 그 고민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이와 같은 두려움으로 고민하시는 여러 직장인 남성에게 이 글을 통해 육아휴직에 대해 의사 결정함에 있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육아휴직 전, 어떻게 하면 되는가? >

일단 이 글을 통해 본인이 육아휴직을 했을 때를 구체적으로 상상을 해봅니다. 즉, 사전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입니다. 육아휴직을 시작한다는 가정하에 휴직 기간동안의 경제적인 것은 어떻게 계획할 것인지, 앞으로 육아를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 배우자의  생각은 어떠한지, 양가의 부모님께 육아휴직 사실을 알릴지 여부 등등을 미리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적어가며 꼼꼼히 계획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육아휴직을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기에 대략적으로 상상만 해봅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의사결정 후에 구체적으로 적어가며 계획을 하는 것이 고민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 저는 육아휴직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

제가 육아휴직을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저떻게 알게 된 주변 지인 및 선후배들은 저에게 전화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부럽다는 말이 통화내용의 8할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육아휴직을 먼저 권하거나 저의 의견을 먼저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각 개인의 상황은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인 중에 육아휴직에 대한 의견을 저에게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저는 육아휴직을 권하는 편입니다. 물론 단점들을 먼저 말해줍니다. 육아휴직이 왜 힘든지를 말해줍니다. 그리고는 육아휴직의 단점을 감안하고도 좋은 장점들을 피드백해줍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육아휴직을 통해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많습니다.

 

 

< 육아휴직 고민 항목 >

오늘은 육아휴직을 한지 1년째 되는 날입니다. 1년이 화살처럼 지나갔습니다. 육아휴직 시작 전 3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혼자 2개월을 고민하고 1개월은 아내와 함께 고민을 했습니다. 많은 종류의 고민을 사서 했지만 결국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고민만이 필수적이었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 알게 됩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습니다.)

 

1) 육아휴직을 함으로서 생기는 회사에서의 불이익은 어느 정도 일까?

2) 육아휴직은 어느 정도 기간 동안 할 것인가?

3) 육아휴직 동안에 어디에서 거주할 것인가?

4) 육아휴직 기간 동안의 생계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5) 양가 부모님께는 알릴 것인가, 알리지 않을 것인가?

6) 아내는 육아휴직을 찬성할 것인가?

7) 아내와 실제로 육아를 함께 할 수 있겠는가?

등등

 

 

< 육아휴직 1년 동안 있었던 일과 심경 : 초중 후반 >

1) 초반(1 ~ 3개월차) : 이상할 정도로 그저 불안했습니다. 두렵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육아휴직을 하면서 생기는 불이익이 생각한 것보다 크면 어떡하지? 육아휴직 동안에 가족 생계는 문제가 없겠지? 규칙적인 생활의 바이오리듬이 깨지지는 않을까? 이렇게 놀아도 되는 것인가? 등등 여러 의문으로 불안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웠던 심경인데, 그 당시는 당연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았습니다. 놀아도 노는 것이 아닌, 불편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나마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놀면서 진행하니 학점이 잘 나온 기억이 있네요.^^

 

2) 중반(4 ~10개월차) : 불편한 마음으로 지내는 도중 약 석 달이 지나고 아내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한주씩 번갈아가며 육아/살림을 전담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아들 둘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니 육아휴직의 의미를 잘 살린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살림과 육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밥과 반찬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아들 둘의 취향에 맞추면서 아내의 원하는 방향의 식사 준비는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하나, 둘 찬찬히 알려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둘째 아들은 매운 것을 못 먹으니 맵지 않은 국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하고... 등등... 그러나 저는 아내의 당부를 잊거나 잘못하는 경우, 아내와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름 노력하는 상황이었기에 아내의 짜증을 제가 받아주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식사와 더불어 청소, 빨래, 장보기 등 살림을 하면서 육아를 병행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태블릿/패드로 유튜브를 보게끔 하고 저는 살림하기에 바쁜 상황이었습니다. 살림이 서툴다 보니 뭘 하나 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려 한숨 돌릴 시간도 확보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반복해서 보냈습니다. 정말 피곤하고 힘이 들었습니다. "아.. 아내가 정말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살림과 육아를 10년을 했으니, 지칠 만도 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어쨌든 육아휴직 후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니 많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기대했으나, 점점 다투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몸은 점점 피로가 누적되어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삶이 영위되지 못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한 주를 살림과 육아를 전담하고 나서 한 주를 쉴 때는 꿀맛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서 아내와의 관계가 마냥 좋아지고, 편히 놀고 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살림과 육아를 많이 도와줄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또한,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을 그리 바라지 않습니다. 육아와 살림으로 번아웃 상태의 아내이기 때문입니다.

 

3) 후반(11 ~ 12개월차) : 아내의 입장에서는 제가 살림과 육아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했습니다. 저희 부부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몇 달 전, 아내의 또 다른 제안이 있었습니다. 평일 기준, 제가 아침 9시 이후 밖에 나가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에 집으로 복귀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아내가 살림을 모두 책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내는 아들 둘을 등교시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흔쾌히 그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짬짬이 하는 소일거리를 오전 시간에 처리할 수 있고 살림을 하지 않을 수 있었기에 저에게도 좋은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아침밥을 먹고 노트북을 챙겨서는 스타벅스, 스터디 카페, 도서관을 전전하며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을 밖에서 사 먹습니다. 그리고 애들이 하교하는 시간 정도에 집에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아이들과 오후 시간을 함께 놀며 보냅니다. 이렇게 두어 달을 지내고 있는 중입니다.

 

다시 강조하자면, 육아휴직은 마냥 편히 쉴 수만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육아휴직"입니다.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의 시간 대신에 집에서 온전히 육아에 집중하라는 휴직입니다. 그만큼 아내와 아이들의 기대 수준은 높아지기에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다닐 때만큼의 에너지를 투자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재직 중에도 꾸준히 해오던 골프 스윙 연습을 육아휴직 1년 동안 하지 못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 생활체육지도사 골프 2급을 준비할 생각이었지만 휴직 초반에 포기했습니다. 진정 육아휴직은 정말 힘이 듭니다. 단, 아들 둘과의 시간이 많아할수록 아들과의 유대가 좋아질 수밖에 없었고,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다소 다투기도 하지만 결국 소통의 질은 높아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육아휴직의 가장 큰 장점은 가족과의 유대 증진에 있습니다.

 

 

< 나만의 Q&A >

1) 육아휴직을 함으로써 생기는 회사에서의 불이익은 어느 정도 일까?

➞ 승진이 늦어질 것임.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및 평가를 받는 것을 감안해야 함.

2) 육아휴직은 어느 정도 기간 동안 할 것인가?

➞ 육아휴직 초반에는 3년 동안 육아휴직을 계획했으나, 현시점에는 1년 3개월을 계획 중임.

3) 육아휴직 동안에 어디에서 거주할 것인가?

➞ 바다가 가까이에 있는 포항에서 거주 중. 아파트 2년 전세 계약.

4) 육아휴직 기간 동안의 생계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고용부에서 나오는 육아휴직급여와 회사에서 나오는 육아휴직급여로 생계를 해결. 추가로 마이너스통장 개설.

5) 양가 부모님께는 알릴 것인가, 알리지 않을 것인가?

➞ 본가에는 육아휴직 사실을 알렸고, 처가에는 알리지 않았음(아내의 요청으로)

6) 아내는 육아휴직을 찬성할 것인가?

➞ 초반에는 리스크와 걱정으로 인해 반대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찬성함.

7) 아내와 실제로 육아를 함께 할 수 있겠는가?

➞ 할 수 있음. 회사에서 일할 때의 에너지만큼 육아에 에너지를 투자 예정.

8) 1학기가 남은 대학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등록금 회사 지원 50%)

➞ 회사에서 휴직 중에서 등록금 지원을 해주어서 무사히 졸업함.

 

 

< 마지막으로 >

저의 경우, 아내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육아휴직 기간 동안 제가 육아를 전담하지는 않았습니다.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소득이 높은 여성 배우자가 일을 하고 남성 배우자가 육아휴직을 하고 육아를 전담하는 사례를 봤는데 아주 힘들어하는 남편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남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육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육아휴직을 기피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단지 육아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고 리프레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육아휴직을 하고 싶어 합니다. 저 또한 이런 이율배반적 생각을 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육아휴직을 1년을 하고 나서도 더 하고 싶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 기준으로 봤을 때, 1년 동안 가족이 함께 한 시간이 첫째가 태어나고 10년 동안의 지낸 시간보다 많았기에 그 시간 동안 아이들과의 관계는 좋아졌고 아내와의 소통은 깊었졌고 저는 그만큼 행복감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오늘까지 1년 동안의 아들들과 아내가 함께 했던 추억과 경험, 귀중한 시간은 제 인생에서 한 번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곧 저는 가까운 미래에 회사에 복직을 할 것이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오늘까지의 1년이라는 시간이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히 예상해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태어나도 육아휴직을 할  것입니다. 이 좋은 걸 왜 이리 늦게 했을까 후회가 될 뿐입니다.

 

육아휴직에 대해 의견을 물으신다면, 저는 YES입니다!^^

 

 

가족